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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 Issue] HRBP, HR이 진짜 비즈니스 파트너가 되려면

FMASSOCIATES2025-04-25조회 545

최근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도 HRBP(Human Resource Business Partner) 포지션을 도입하는 움직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제는 IT기업 뿐만 아니라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가리지 않고 HRBP 채용공고를 쉽게 찾아볼 수 있고,
HR 관련 컨퍼런스나 매거진에서도 HRBP는 빠지지 않는 키워드가 되었다.

 

‘비즈니스 파트너’라는 명칭 자체가 워낙 포괄적인 표현이다 보니, 기업마다 HRBP의 의미와 역할은 천차만별인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HRBP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사업조직을 담당하여, 비즈니스 전략 달성을 위한 HR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역할’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HRBP가 새로운 트렌드라고 말한다면, HR에 오래 몸담은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하게 될 것이다. HR이 전략적 사고를 바탕으로 비즈니스에 기여해야 한다는 말은 결코 새로운 개념이 아니기 때문이다. 1997년, 데이브 울리히(Dave Ulrich) 교수가 저서 「HR Champion」에서 전략적 파트너(Strategic Partner)라는 역할을 제시한 이후, 이 개념은 30년 가까이 HR의 사명처럼 전해 내려왔다. 

 

[그림 1] D.Ulrich의 HR 역할 Model

그런데도 왜 HR은 여전히 전략적이지 못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까? 왜 지금까지도 HR은 ‘Cost Center’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까? HR이 오랫동안 마주해온 숙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마리는, 과거의 ‘전략적 파트너’와 최근 유행하는 ‘HRBP’ 사이의 차이를 이해하는 데서 찾을 수 있다.

 

두 개념의 본질적인 차이는 전통적인 ‘전략적 파트너’가 HR이 지향해야 할 태도나 마음가짐에 가까웠다면, ‘HRBP’는 역할 정의와 구조적 기반을 갖춘 실천적인 접근이라는 점이다. 

 

특히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될 때, HRBP는 비즈니스의 실질적인 파트너로서 기능할 수 있다. 

 

 

첫째, [권한] HRBP는 의사결정 권한이 있는 현업 리더에게 직접 보고하고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

 

HRBP가 제대로 역할을 하려면, 의사결정 권한에 접근할 수 있는 구조가 필수적이다. HRBP를 새롭게 도입한 기업들 중에도 실제로는 일하는 방식이 과거와 달라지지 않은 사례가 많다. 직무나 조직명만 그럴듯하게 바뀌었을 뿐, 정작 실질적인 권한이 없다면 ‘비즈니스 파트너’라는 명칭은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 

 

물론 HRBP가 모든 HR 의사결정을 직접 수행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인사권한을 가진 현업 리더의 파트너로서 의사결정 과정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HRBP는 현업리더에게 직접 보고하고, 함께 논의하며,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야 한다.

 

최근 많은 기업들이 평가, 승진, 보상 등의 인사 권한을 본사에서 현업 조직으로 이양하고 있다. 절대평가로의 전환, 조직별 승진율 재량의 확대, Retention Bonus 권한 부여 등이 대표적인 예시다. 이러한 변화는 현업 조직의 상황에 맞는 자율적이고 유연한 인사운영을 가능하게 하지만, 동시에 현업 리더에게 HR 전문성에 대한 요구와 업무적인 부담을 함께 안긴다. 

 

바로 이 지점에서 HRBP의 역할이 필요하다. HRBP는 현업리더의 판단만으로는 놓치기 쉬운 공정성을 보완하는
제도적 장치이자, HR 의사결정이 조직에 미치는 메시지와 파급력을 함께 고민하는 조언자이다. 또한 현업 리더가 미처 인지하지 못한 예외사항이나 특이사항을 파악하여, 현장의 맥락을 반영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것 역시 HRBP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둘째, [성과] HRBP의 성과는 HR 지표가 아닌 ‘비즈니스 성과’ 지표로 측정되어야 한다. 

 

HR 담당자라면 알고 있듯이, 직무의 본질은 ‘어떤 일을 하느냐’보다 ‘왜 그 일을 하느냐’에 있다. HRBP라는 이름만 부여한다고 하는 일이 자동으로 바뀌는 것이 아니다. 실질적인 변화는 직무목표의 재정의, 그리고 그에 따른 성과지표(KPI)의 변화로부터 시작된다. 

 

그동안 HR의 성과를 수치화하려는 시도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조직만족도, 이직률, 내부 운영 지표부터 인건비율이나 ROI와 같은 재무적 관점까지 다양한 지표가 개발되었다. 그러나 대부분 지표는 HR의 운영 결과를 측정하는 데 그쳤고, HR이 실제 비즈니스 성과와 어떤 인과관계를 가지는지 증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퇴사율이 낮아지고 조직만족도가 높아져도, 그것이 매출 증대나 고객 확보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설명하기란 여전히 어렵다. 

 

HRBP의 성과는 담당 사업부의 실제 비즈니스 성과와 연결되어야 한다. 매출, 판매량, 고객 증대, 연구개발 성과 등 사업 단위의 성과지표들이 곧 HRBP의 KPI가 되어야 한다. 

 

‘HR의 성과를 매출로 측정하는 것이 타당한가’라는 현실적인 의문도 있을 수 있다. 물론 HR이 직접 매출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HRBP는 인력, 역량, 조직적 측면의 인프라를 구축함으로써, 비즈니스 성과에 구조적으로 기여하는 역할을 한다. 오히려 ‘HR이 숫자에 영향을 줄 수 없다’는 인식 자체가 HR을 전략적 파트너로 성장하지 못하게 만든 고정관념이었다. HRBP는 이 관성을 넘어서, ‘HR 관점에서 비즈니스를 바라보는 사람’이 아니라 ‘비즈니스 관점에서 HR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사람’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셋째, [조직] HR 조직은 기능 단위가 아닌 비즈니스 단위로 세분화되어야 한다

 

전통적인 HR 조직은 채용, 평가, 보상, 승진 등 기능 단위로 나뉘어 운영되어 왔다. 이러한 ‘기능식 조직 구조’는 전사 차원의 일관된 인사제도를 운영하는 데에는 효과적일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장의 맥락이 빠르게 변화하고 복잡해지고 있는 지금, 기능 중심 HR 조직은 현업과의 연결성이 떨어지고 HR을 단순한 지원부서에 머물게 하는 한계를 드러낸다.

 

이미 HR 외의 다른 직무에서는 기능 중심에서 비즈니스 중심으로 전환이 오래전부터 이루어지고 있다. 영업 직무는 고객군이나 채널별로, 개발 직무는 제품·서비스·플랫폼 단위로 재편되었다. 마케팅 조직도 B2B와 B2C, 또는 특정 국가나 지역의 시장 특성에 따라 세분화되어 운영되고 있다. 더 이상 기능별 팀으로는 고객과 시장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기 때문에, 조직 전체가 ‘비즈니스 단위’ 중심의 일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HR 또한 이러한 흐름에 발맞춘 조직구조의 전환이 필요하다. 핵심은 HRBP가 특정 기능의 담당자가 아니라, 비즈니스 단위에 밀착하여 HR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HRBP의 배치 기준 역시 ‘비즈니스 단위’로 구성되어야 한다.

 

HRBP를 배치하는 ‘비즈니스 단위’는 기업의 규모나 사업특성에 따라 유연하게 조정될 수 있다. 규모가 큰 대기업에서는 계열사 단위 혹은 사업부 단위로 HRBP가 배치되는 것이 일반적이며, 사업 특성에 따라 제품 단위나 지역 단위로 운영되기도 한다. 반면, 규모가 작은 중견기업이나 단순한 구조의 스타트업에서는 HRBP가 전사 전체를 담당하거나 핵심 유닛(예: 개발조직, 영업조직 등)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방식이 보다 적합하다.

 

다만, HR을 비즈니스 단위로 운영할 경우, 필연적으로 공통적인 기능의 중복이나 운영의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CoE(Center of Expertise), 소위 ‘전사 HR 조직’을 별도로 두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조직문화, 노무, HR 데이터 등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은 CoE가 일관된 정책을 수립하고, 각 HRBP가 이를 각 사업조직에 맞게 실행하는 구조이다. 또한, 행정 업무를 전담하는 HR Operator 혹은 Shared Service 조직을 별도로 운영하는 것도 운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HRBP는 ‘의사결정 권한을 가진 파트너’, ‘사업 성과에 대한 책임’, ‘비즈니스 중심의 HR 조직’이 함께 작동할 때 실질적인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HRBP라는 이름이 단순히 또 하나의 트렌드로 소비되지 않기를 바란다. HRBP로의 변화가 HR이 오랫동안 짊어져 온 숙제, 전략적 파트너가 될 수 있는 하나의 해답지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에프엠어소시에이츠 윤욱지 수석 컨설턴트

wjyoon@fma-consult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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